루이비통과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식음료(F&B) 사업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반 레스토랑과 커피숍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임에도 사전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루이비통은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서울 청담동 메종 서울에서 팝업 레스토랑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을 연다. 이번 팝업 레스토랑의 셰프 알랭 파사르는 프랑스 파리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아르페주'를 운영 총괄하며, 채식 위주의 메뉴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팝업 공간은 가을 정원 테마로 꾸며진다.
앞서 루이비통은 지난 5월 국내에 최초로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루이비통은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와의 협업을 통해 한식 퓨전 파인 다이닝 코스요리를 선보였다. 당시 사전 예약이 열리자마자 5분 만에 런치코스(13만원), 디너코스(23만원), 티세트(8만원) 등 전 시간대가 마감돼 화제를 모았다.
구찌는 지난 3월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 6층에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해당 매장은 전 세계 유명 도시에 구찌의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도쿄 긴자 3호점에 이은 전 세계 4번째 매장이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한 달씩 열리는 좌석은 예약 시작 후 5분 내 모두 마감됐다. 시그니처 메뉴인 에밀리아 버거는 2만8000원, 코스요리인 5코스와 7코스는 각각 12만원, 17만원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외식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지난 2014년 일찌감치 서울 강남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에 '카페 마당'을 열었다. 디올은 지난 2015년부터 서울 청담동 디올 매장 5층에 '카페 디올'을 운영 중이다. 디올은 지난 5월 문을 연 성수동 팝업 매장 내부에도 '디올 카페'를 조성했다.
명품업계가 잇따라 영역을 넓히는 건 '브랜드 경험'과 '인증샷'을 중시하는 젊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식음료 매장을 통해 브랜드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알리는 한편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후기와 인증샷으로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경기불황에도 국내 명품시장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약 16조원으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보복소비'로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30세대가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명품 지사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1조4600억원, 샤넬 1조2238억원, 크리스찬 디올 613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각각 1,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275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