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쪽·받는 쪽 모두 처벌 ‘쌍벌제’ / 이번 달 시행 3일 앞두고 돌연 연기 / 6월 26일 김현준 청장 청문회 때 / 野의원 “업주 수입 감소” 반대에 / “시간 갖고 검토” 한걸음 물러나 / “불법 묵인… 대형업소만 배불려” 지적
주류업계에서 리베이트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십년간 불법행위가 계속됐지만 자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주류업계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쌍벌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가 정치권 공세에 연기하고 말았다. 정치권이 공정세정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당초 1일부터 시행하려던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연기했다. 시행을 불과 3일 앞둔 지난달 28일 이뤄진 조치다. 리베이트를 주는 쪽과 받는 쪽을 함께 처벌하려던 안이었다.
전격 연기는 지난달 26일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음식점 수익 감소 등의 이유를 들어 지적하자 김 후보자가 “일부 보완할 것은 고치고 시간을 갖고 검토해보겠다”며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몰아붙였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세청이 주류 산업에 간섭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쌍벌제 도입으로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전국 주류도매상 1200여개 중 70~80개 대형 업체와 유흥주점업소 2만2000곳 중 대형 4000여개만 리베이트를 받을 뿐 대부분 업소는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류제조사들이 대형 업체·업소만 관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리베이트가 없어지면 술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주류유통단체협의회는 불법 리베이트 지급이 시장을 왜곡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주류업계 존립을 위협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도 1000억원대에 이르는 주류업계 리베이트를 없애야 가격인하와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시장 혼란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계속 주자는 건 불법을 묵인하고 대형업소들 배만 불리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문제 삼을 만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시 방향이 옳지만, 의견 청취 과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자영업자 등도 개정안 고시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소통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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