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실상 독과점체제인 배달앱시장… 대책 절실”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와 광고료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해야”

“정부·협회 등 민간 협·단체 공동 공공 플랫폼 도입 필요할 때…”

효율성·고객 확보는 부담… 일각에서 우려

 

배달앱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업계 1, 2위 간 합병으로 사실상 독과점 체제나 다름없던 배달앱 시장에 경기도 등 지자체들이 공공앱 개발을 선언하고 나선 것.

배달앱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반면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불합리한 비공개 입찰방식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지난 4월 1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일부 업소의 광고 독점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며,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정액광고제(울트라콜)를 정률광고제(오픈서비스)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SNS를 통해 배달의민족이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WRITE 신일영

 

협회, 2018년 10월 배달앱 문제 처음 공식 제기
소상공인, ‘수수료 문제’ 호소…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 마련해야

배달앱의 문제점이 수면위로 부상한건 지난 2018년 10월. 당시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이하 협회)는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 토론회’를 개최, 배달앱의 문제점을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후 배달앱 문제는 국정감사와 각종 세미나 및 토론회 등을 통해서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그러나 그때마다 배달앱사는 여론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알맹이 없는 ‘땜질처방’식이어서 빈축을 샀다. 급기야는 이러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배달앱 업계 2·3위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 중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업계 1위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배달앱 상생토론회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을 우롱하는 배달앱사의 행동은 결국 경쟁자 없는 독과점체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뚜렷한 대안도 없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배달앱사의 횡포 수위는 점점 높아질 것이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는 더욱더 극심해질 것”이라며 대안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협회와 업계는 배달앱의 횡포로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왔다.

업계에서 주장하는 배달앱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료다. 협회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바로 지나친 수수료 부과 체계”라고 지적하며, “배달앱 업체들과 소상공인들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앱 시장은 이제 단순한 민간사업자의 영역을 넘어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정부가 협회 등 민간 협·단체들과 함께 공공플랫폼을 도입하고 자영업자들의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최근 공공 배달앱의 확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수수료와 광고료를 낮춘 공공 배달앱이 확산되면, 배달앱 시장의 합리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와 군산시가 4월 9일 경기도청에서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 기술자문 및 상표 무상사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 왼쪽 이재명 경기도 지사, 오른쪽 강임준 군산시장)
군산시 배달의 명수’ 비롯지자체 공공배달앱 개발 추진 잇달아
수수료·광고료 등 없는 공공형으로 기존 배달앱과 차별화

때마침 경기도가 4월 6일 배달업자와 음식점주, 플랫폼 개발자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공공배달앱 개발 추진을 선언, 공공배달앱 공론화의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SNS에 배달의민족이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틀만이다.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를 중심으로 민간 전문가와 관련 산하기관 관련 부서, 사회적경제 담당공무원 등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이달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전북 군산시는 지난 3월 13일 음식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내놓았다. 야구 명문 옛 군산상고의 별칭 ‘역전의 명수’에서 이름을 빌려와 어려운 시기에 홈런을 쳐서 희망을 갖도록 하자는 의미다. 배달앱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이 가입비와 광고료 없이 이용하도록 출시된 ‘역전의 명수’는 4월 27일 현재 주문 3만여 건, 매출 7억여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군산시민 8만8000여명과 800여개의 가맹점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시측에 따르면, 최근 전국 지자체로부터 배달앱에 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배달의 명수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천시 서구도 5월 1일부터 전자식 지역화폐인 ‘서로이(e)음’의 휴대전화 플랫폼에 배달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배달서구’를 운영한다. 모바일 배달결제시스템 이용시 기존 배달앱 대비 각종수수료(중개수수료, 광고비 : 결제액 대비 10~20%)가 없어 소상공인은 더욱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시작 당시 음식점 55곳이 등록했으며, 올해 안에 가맹점을 1400곳까지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경북도와 서울 광진구, 대전시 등도 공공앱 개발 추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는 도가 설립한 공공기관인 경제진흥원을 통해 자체 배달앱(착한배달앱) 개발에 착수했고, 서울시 광진구는 광진구 소재 음식점이 이용할 수 있는 배달앱(광진나루미) 개발을 시작했다. 대전시는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없앤 공공앱을 이르면 연내 출시목표로 개발을 추진 중이며, 경남도와 (사)경상남도청년창업협회도 6월말까지 공공앱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 울주군, 강원도 춘천시, 경남 창원시, 전북 익산시, 충북 제천시 등도 각각 자체 배달앱 개발을 위해 예산을 배정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정부·여당배달앱 문제 종합적 검토… 해결방안 특별법에 포함하기로
4·15 총선 수원시 당선자 5명 등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12명도 지역형 공공앱 배달 공약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배달앱 문제에 가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는 4월 13일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는 ‘배달앱’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대안을 조속히 검토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는 이날 주례회동에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증가 등으로 ‘플랫폼 경제’가 확산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독과점 플랫폼 대응 ▲소상공인·배달노동자 권리보장 ▲스타트업 육성 등 ‘디지털 포용’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도 4월 5일 4·15 총선 공동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배민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특별법에 담을 것” 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포함한 수원 지역 당선자 5명과 7명의 당선자들이 공공배달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수천만원 투입되는 공공배달앱,
효율성은… 글쎄요?

기존 앱 이용자 유인하고, 새 가입자 확보도 부담 이토록 지자체와 정치권에서 앞다퉈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공배달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공공 배달앱의 유지·관리에만 해마다 수천만 원의 재원이 투입될 수도 있다는 점과 가맹점과 소비자의 강력한 호응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즉, 기존 민간 배달앱 이용자를 공공앱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새로운 지역 가입자를 확보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과연 그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 MBA 주임교수는 “소비자의 강력한 호응이 뒷받침 돼야 한다. 소비자의 참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소비자의 호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IT 및 스타트업 업계의 한 전문가도 “앱의 개발·유지·관리·보수 등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고, 여러 제반 조건들이 필요하다”며, “많은 세금이 투입되지만 그만한 결과는 나오지 못할 수 있어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공공배달앱의 효율성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9년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 운영 공공앱 322개 중 206개가 개선(111개) 및 폐기(95개) 권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