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도 ‘부캐의 시대’
식품·외식기업, MZ세대 겨냥한 ‘부캐’ 활용한 마케팅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소통이 소비로 이어져
빙그레, 부캐 ‘빙그레우스’로 식품사 SNS 팔로어 1위
대상 64살 미원, 감칠맛 대폭발 ‘흥미원’ 부캐로 변신
빙그레우스. 사진=빙그레 제공.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식품 외식업계에도 ‘부캐의 시대’가 도래했다. ‘부캐’란 ‘부 캐릭터’의 줄임말로 메인 캐릭터인 ‘본캐’와 다른 정체성을 일컫는다. 최근 식품·외식 기업들은 소비의 주축이 된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출시된 지 수 십년 된 자사 제품에 캐릭터를 활용해 생명력을 더하고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는 올해 2월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장한 왕자님이다. 이름하여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이하 빙그레우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왕국’을 지키는 왕자로, 1974년 출시된 회사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우유 모양의 왕관과 함께 주요 제품들을 착용한 캐릭터다.
빙그레우스는 외관부터 시선을 끈다. 과거 순정 만화 ‘캔디’의 히어로였던 테리우스를 연상시킨다. 오똑한 콧날, 찰랑이는 단발머리, 가늘고 긴 손가락, 우월한 키와 신체 비율. 그야말로 만찢남이다. 특히 머리 위 쓴 빙그레 대표 제품 ‘바나나맛 우유’ 왕관, ‘빵또아’ 디자인의 바지와 B로고 귀걸이가 눈길을 끈다. 빙그레 제품을 온 몸에 둘러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갖췄다. 완벽한 외모에 특유의 “~하오” 말투와 함께 허당미 넘치는 나르시즘은 매력을 더한다.
소비자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9만7000명이던 빙그레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빙그레우스 등장 후 15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내 식품회사를 통틀어 빙그레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 1위다. 댓글 반응도 뜨겁다. 40~80개에 머물던 댓글 수는 300~2000개로 수십배 치솟았다. 처음에는 약간 황당하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이따금 캐릭터에 빠져 마치 빙그레우스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는 것이다. 40~80개에 머물던 댓글 수는 300~2000개로 수십배 치솟았다.
이는 소비로도 이어진다. 빙그레는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학교 온라인수업,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선방했다. 빙그레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1% 늘어난 26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7.4% 증가한 2678억 원이었다. 바나나맛우유, RTD 커피음료 등의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았기도 했지만, 빙그레우스 등 색다른 마케팅 전략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며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인기를 지속 유지하고자 ‘두게더리고리경’, ‘옹떼 메로나 브루장’, 호위 무사 ‘더위사냥’ 등 부캐를 계속 만들며 빙그레왕국의 세계관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소비자의 잇딴 요청에 다음 달에는 빙그레우스 TV 광고와 굿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식품·외식기업들도 제품 캐릭터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상은 미원의 부캐로 ‘흥미원’을 기획했다. 지난 5일 맛있는 음식으로 느낀 행복감이 ‘흥’을 돋워 ‘살 맛나는 세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미를 담아 스페셜 패키지 ‘흥미원’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오는 12월까지 약 3개월간 판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늘의 감칠맛 한꼬집’을 주제로 젊은 층이 일상에서 공감한 말한 내용을 다룬 ’흥미원’ 광고를 온에어 했다.
bhc가 운영하는 큰맘할매순대국은 지난달 공식 인스타그램 오픈에 이어 이달 부캐인 ‘순자’를 선보이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친근한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큰맘할매순대국은 순자의 일상을 다룬 ‘큰맘할매일기’, 큰맘러의 고민 해소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큰맘해결소’ 등의 코너와 시즌 이슈를 접목한 메뉴와 유머 콘텐츠를 운영하며 브랜드를 알리는 한편 인스타그램 팬층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삶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라이프 스타일이 정착하며 소비자들 역시 자신만의 부캐를 찾는 추세”라며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색다른 재미 요소로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소비 주체인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부캐 창출에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