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 ‘초비상’] “안 오르는 게 없네”… 식품ㆍ외식업계 ‘원가 압박’ 해소 언제쯤
[e대한경제=김수정 기자] 채소와 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외식 및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르는 원재료 값을 따라가려면 제품 또는 메뉴 가격 상승이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의 반감 역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햄버거와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양상추 등 채소를 중심으로 원재료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이른 추위와 병해 피해로 인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수입도 어려운 상황이라 업체들은 양상추 정량을 줄이거나 대체품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파, 양파, 시금치, 양배추, 상추, 깻잎, 애호박, 오이 등 주요 채소의 올해 연평균 가격은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상추를 비롯해 로메인, 케일, 치커리 등 잎채소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경우 가격 인상 압박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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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추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
채소뿐 아니라 원두 가격도 심상치 않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데다 유업계의 우윳값 인상에 따라, 라떼 등 우유가 들어가는 다양한 제품군을 중심으로 커피업계의 가격 인상 요인도 발생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지난 12일 파운드(약 454g)당 2.2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1월과 비교하면 1년새 두 배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새롭게 원두 수입 계약을 맺어야 하는 올 연말 이후가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식품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채소나 곡물 등 원재료 조달 계약을 통상 연단위로 체결하기에 현재 시장에서 조달되는 원재료는 가격이 오르기 전 계약 물량이더라도, 물가가 계속 오르면 다음 계약(연말연초) 땐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내년 초까지 주요 식품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미국에 본사를 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현지에서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본사의 가격 인상은 국내 사업장에서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소비자물가가 7개월째 2% 이상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가격 인상 불길이 장바구니에서 식당 음식값으로 빠르게 옮겨붙고 있다.
다만,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주요 수입 곡물 가격이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운송비용 상승과 날씨 영향 탓에 급등한 채소값이 내려오면,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이 같은 ‘원가 압박’이 해소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주요 식품업체뿐 아니라 외식업체들의 경우 채소나 곡물 등을 대량으로 연 단위 계약을 맺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 공급되는 원재료는 큰 영향을 덜 받지만, 채소나 곡물 가격이 지난해부터 많이 올라 향후 계약에선 인상된 가격이 반영될 여지도 있다”며 “연말연시 물류 대란 우려가 더해진 데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등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부각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