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족’은 변방에서 활동하는 감성 풍부한 소비자에서 유통산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의 큰 손으로 바뀐 지 오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수칙 등으로 인해 ‘함께’보다는 ‘나 홀로’ 중심의 산업 아이템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혼밥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혼밥=간편함’이라는 기존의 편견과 공식을 깨고 ‘여유’,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 혼밥족을 위한 다양한 외식상품이 각 회사의 주력상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혼밥, 유통산업을 뒤집다=식문화는 그 나라의 경제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다. 음식만큼 대중적이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과 관련된 업계는 가구형태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현재 식문화를 이끄는 주역은 1인 가구라 할 수 있다. 인구통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통계청의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를 보면, 2019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614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0.2%에 해당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만 놓고 보면 그 비율이 더 올라간다. 서울시 1인 가구는 13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9%를 차지한다.
1인 가구 비율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유통산업계는 1인 가구의 소비형태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생활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문화는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르고, 다른 그룹으로 확산·전이되기 쉬워 1인 가구를 공략한 매장의 변화, 메뉴의 다변화는 업계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최근 5년 외식 경향의 핵심어 변화’만 보더라도 인구형태의 변화가 식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식문화 핵심어를 살펴보면, ▲2017년 ‘나 홀로 열풍’ ▲2018년 ‘한식 단품의 진화’ ▲2019년 ‘편도족(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의 확산’ ▲2020년 ‘편리미엄 외식’ ▲2021년 ‘홀로 만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키워드를 관통하는 핵심은 ‘혼밥’이다. 그중에서도 간편식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의 47.7%가 주 1회 이상 간편식을 구입했는데, 이는 전체 가구가 구입하는 비중보다 7%p 더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간편식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2016년보다 89% 커졌다. 내년에는 간편식 시장 규모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간편식의 성장은 질적 성장까지 이어져 소비자의 만족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혼자 거주하는 김 모(42세) 씨는 “예전에는 간편식을 패스트푸드와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컸지만, 지금은 간편식의 수준이 상당히 많이 올라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데다 유명 레스토랑과의 협업으로 종류가 다양해지고, 영양까지 고려한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의 소비행태는 작은 사치로 행복감을 얻는 ‘스몰 럭셔리’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싶다면 이들의 감성을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혼밥’일수록 ‘고급스럽게’=일찍이 유통가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며 코로나19 시대에 주력 고객으로 올라서기 시작한 1인 가구는 유통 및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시대의 1인 가구를 겨냥한 마케팅엔 어떤 변화가 올까. 전문가들은 기존 마케팅에 ‘고급화’ 전략이 더해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은 2022년 부상할 외식 트렌드로 ▲퍼플오션 다이닝 ▲취향 공유 ▲속자생존 24시를 꼽았다.
퍼플오션(Purple Ocean)이란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의 대체전략으로 등장한 이론으로, 이미 치열한 경쟁시장에 들어선 레드오션(Red Ocean)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독창적이면서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경영전략을 말한다. 따라서 퍼플오션에 다이닝 문화를 합친다면, 1인 외식의 고급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빠르게 성장한 간편식과 배달 음식에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와 취향을 넣는 등 보다 고급스런 전략을 구사하는 외식 마케팅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취향 공유’라는 키워드와도 부합한다. 유행이나 대중화에 편승하기보다는 나만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음식을 소비한 후 그 경험을 주변과 공유하는 문화다. 즉,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것을 뛰어넘어 문화를 소비하고, 나누는 감성 소비의 형태로 외식 문화가 변화됨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전략은 하루를 분 단위로 나눠 사용해야 하는 바쁜 현대인들의 욕구를 맞추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속자생존 24시’ 키워드로 연결된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혼밥’이라는 개념에 ‘고급스러움’을 가미해 혼자서 정찬을 만끽하는 1인 가구의 가속화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인해 간편식이 질적으로 성장을 했지만,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혼자 여유롭고 호화스럽게 식사하는 ‘1인 외식’의 개념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란 얘기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 역시 이같은 이론을 뒷받침했다. 그는 2022 식품 트렌드로 RMR 열풍과 건강 중심 라이프로의 변화를 꼽았다. 앞으로는 가정 간편식을 뛰어넘어 유명 맛집의 인기 메뉴를 담은 레스토랑 간편식(RMR)의 열풍으로 외식과 유통, 제조업체가 3자 협업의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으로 면역력 향상, 다이어트, 마이크로바이옴 등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폭돼 식품과 건강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접근이 증가할 것으로 바라봤다.
특히 최근의 1인 가구 특성을 살펴보면, 고령화에 따른 1인 가구의 증가보다는 자발적 미혼을 선택함으로써 1인 가구로 전향하는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소비행태는 ‘가성비’ 높은 한 끼를 선택하는 합리성을 보이면서도, 작은 사치로 행복감을 얻는 ‘스몰 럭셔리’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싶다면 산업과 플랫폼의 경계를 뛰어넘어 타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한 전략으로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소비자가 좀 더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마케팅으로 소비자 스스로 움직이는 홍보 판이 되도록 하는 경영전략은 필수다.